'맛'으로 관계 맺기🍲
추석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송편의 달콤한 맛, 전과 잡채가 풍기는 고소한 향, 그리고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아닐까요?😊
이처럼 음식을 나누는 자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고 감정을 나누는 소중한 순간이 됩니다. 명절의 식탁은 세대를 아우르며 기억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공동체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음식을 재료로 삼거나 식문화를 탐구하며 ‘맛’을 매개로 사람과 사회를 잇는 시도들이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식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공동체를 형성하는 언어기도 하죠.
만아츠 만액츠는 공동체성과 일상적 행위가 지닌
예술적 가능성에 주목해 왔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음식을 매개로 관계를 맺고
공동체의 의미를 확장한 예술 실천을 살펴보며
‘맛의 예술’이 삶에 건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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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다이닝 프로젝트 : 기대어 깃든 – 발효의 공진화〉는 오붓한(기대어 깃든)에서 주최 및 주관하여 장은수 기획자가 책임기획을 맡아 2022년부터 이어져 온 공공예술 프로젝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일으키는 ‘균’의 움직임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발효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듯 사람 또한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스며들고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단순히 음식을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냄새 맡고, 맛보고, 대화를 나누는 전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발효의 향 속에는 오랜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그 맛 속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들의 협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마치 배추, 젓갈, 채소, 풀, 각종 양념이 발효라는 시간을 거치며 하나의 김치로 거듭나듯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 전혀 새로운 맛을 빚어내는 과정은 관계 맺음의 은유로 다가왔습니다. 참여자들은 발효 음식이 내뿜는 깊고 미묘한 향을 매개로 오감을 열었고, 그 순간 마주한 시간과 흔적과 미세한 균들의 상호작용을 함께 감각하며 연결되는 관계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함께 나누는 식탁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발효 음식을 함께 나누는 동안, 〈쌀과 누룩의 만남〉이나 〈꼬투리의 쓸모 - 버섯꼬투리를 이용한 부산, 경남의 막장 담기〉와 같은 감각 중심의 워크숍을 매개로 처음에는 어색했던 이들이 서로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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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쌀과 누룩의 만남〉 워크숍 현장 (ⓒ오붓한(기대어 깃든)) (우) 〈꼬투리의 쓸모 - 버섯꼬투리를 이용한 부산, 경남의 막장 담기〉 워크숍 현장 (ⓒ오붓한(기대어 깃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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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가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듯이 사람들 사이에서도 천천히 관계가 형성되며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아트다이닝 프로젝트〉는 발효를 단순히 음식의 변화 과정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참여자 각각을 일종의 균에 비유하며,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고 어울리는 과정을 발효의 흐름에 겹쳐 보았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발효 속에서 뒤섞이고 변주되며 새로운 맛을 만드는 것처럼 사람들 역시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만남은 때로 예기치 못한 의미를 열어주고 공존과 협력이라는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즉, 발효라는 작은 세계를 통해 우리가 함께 기대어 살아가는 방식과 공동체적 유대의 힘을 새롭게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일상의 식탁을 예술의 장으로 확장하며 서로의 삶이 깊어지고 이어지는 순간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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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다이닝 프로젝트 : 기대어 깃든 – 발효의 공진화〉 현장 (ⓒ오붓한(기대어 깃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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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염소와 꿀벌을 만드는 건 햇살과 비〉(2025)는 캐나다 아티스트 빌 번즈(Bill Burns)와 연구자 마예니가 협업한 리서치 기반 퍼포먼스로, 빠르고 효율적인 현대 식품 산업의 방식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 프로젝트는 대량 생산과 속도 중심의 시스템 대신 ‘비효율’과 ‘느림’ 속에서 피어나는 생태적 돌봄과 공생의 가치를 탐구했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관람객이 직접 작가의 여정에 동참합니다. 관람객은 한국의 도시 양봉장, 산양 목장, 염전 등을 찾아다니며 꿀과 산양유, 소금을 얻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이어 모아온 산물을 나누어 마시고 맛보는 시간을 가지며 각 산물이 햇살과 비, 계절과 기후라는 자연의 리듬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소금·염소·꿀벌이라는 세 가지 자연물을 통해, 인간이 자연의 순환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는지 사유해 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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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염소와 꿀벌을 만드는 건 햇살과 비〉(2025) 퍼포먼스 현장 (ⓒ문화비축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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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식탁에 올라오는 재료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곧 비거니즘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마예니는 ‘그린레시피랩’에서 〈비거니즘 연구〉를 개설하여 비거니즘을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가치관으로서 탐구했습니다. 본 스터디에서 생명과 존재, 사회 구조와 윤리의 감각을 확장하는 사유를 하며 식문화를 예술적 실천과 연결해 고민을 나누는 장을 형성하였습니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자료를 보고 토론하며 각자의 행동과 질문을 나누었고 그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를 반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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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 연구〉 포스터 (ⓒgreenrecipela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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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다이닝 프로젝트〉와 〈소금과 염소와 꿀벌을 만드는 건 햇살과 비〉는 음식과 식탁이라는 일상적 장면을 통해 관계의 의미를 다시 묻습니다. 〈아트다이닝 프로젝트〉가 발효 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연결을 통해 관계 맺기를 사유했다면, 마예니의 퍼포먼스는 효율의 속도에서 벗어나 느림의 시간을 경험하며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이와 같은 예술적 실천은 ‘맛’이라는 일상적 경험이 단순한 미각의 차원을 넘어 우리를 이어주는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다가오는 추석에 여러분의 식탁에서도 맛을 나누는 작은 행위로 공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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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코멘트
9월호를 준비하며 일상의 ‘식사’를 찬찬히 들여다 보았어요.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하던 습관을 멈추고 재료의 맛과 그 뒤에 깃든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니 식탁이 단순한 ‘밥 먹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 그리고 저 자신과 연결되는 순간이더군요. 먹는 행위가 곧 관계를 짓는 과정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풍성한 ‘맛’과 ‘사유’가 오가는 추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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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추천_AAD CONTENTS
[AAD VOD] 안아라 작가는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 홈그라운드를 운영하며 계절의 식재료와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해 왔습니다. 〈예술가와 요리하기〉에서는 최태윤 작가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그 작품 세계를 반영한 특별한 요리를 함께 만듭니다. 예술과 요리가 만나 일상과 작업을 잇는 특별한 시공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10월에 AAD VOD로 공개될 예정이니 놓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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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D WORKSHOP]
차(茶) 발효로 셀룰로스를 배양해 ‘비건 가죽’을 만들고, 신화적 기억극장을 함께 탐구하는 특별한 워크숍. 9월 동안 AAD에서는 소보람 작가의 〈셀룰로스와 프로메테우스〉가 진행되었는데요.
미생물과 인간을 잇는 사유의 장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곧이어 AAD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될 후기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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