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펼치는 바다의 미래
지난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습니다.
인간의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과 바다를 보호하고
오염 문제를 개선하고자 제정된 날인데요.
이번 3월호에서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바다와의 창의적인 연결성을 꿈꾸는
예술계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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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하는 지금, 오히려 단순한 것이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자연과 가까이에 산다는 것이 향유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죠. 수도권의 정제된 문화예술 콘텐츠도 좋지만, 지역의 자원은 또 하나의 영감의 계기가 되어준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거제도, 바다와 파도의 예술학교⟫ 기획자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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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바다와 파도의 예술학교⟫는 거제도를 기반으로 지역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섬도’가 2023년, 거제도의 여러 해수욕장과 항구에서 진행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입니다. 거제도는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자, 경남 지역에서 해수욕장이 가장 많은 지역인데요. 섬도는 거제도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아름다운 해변을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며 시민들과의 지역 커뮤니티를 더욱 돈독히 했습니다. 이번 3월호에서는 ⟪거제도, 바다와 파도의 예술학교⟫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인 ‘해변의 조각’ 중 ‘( )돌’과 ‘모든 것이 예술’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 )돌’은 작가가 참여자에게 질문 카드를 공유하며 시작됩니다. 예술, 거제, 집, 여행, 해변, 안식, 가족이라는 각각의 키워드가 담긴 질문 카드는 작가가 처음 거제도를 방문하고 해수욕장을 리서치하며 떠올렸던 감정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참여자들은 서로 질문 카드에 대한 답변을 나누며 실과 바늘을 활용해 ‘나만의 돌’을 만들었습니다. 뜨개질과 돌이라는 친숙한 소재와 기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해변의 조각’을 완성하고, 자신만의 스팟을 찾아 사진을 찍는 활동은 바다를 창의적인 예술의 공간으로 새롭게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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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거제도, 바다와 파도의 예술학교⟫ 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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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 작가가 리서치하며 얻은 질문을 바탕으로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면, ‘모든 것이 예술’은 시민들이 직접 바다에 몸을 담그고 느낀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 참여자들은 바다로부터 영감을 얻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다에 들어가 온몸으로 파도를 맞으며 어망을 연결해 원을 그리기도 하며 오롯이 바다를 받아들이는 시간이었죠.
또한, *참외부이에 자작시를 쓰고 해초에 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바다에서 느낀 감정을 다시 바다의 사물에 담았습니다. 평소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망, 해초, 참외부이, 조개껍데기 등 평범한 바다의 것들이 자신만의 작품이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한 참여자들은 일상적인 주변의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외부이: 안전 구역 표시 혹은 충격 완화를 위해 바다에 띄우는 시설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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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거제도, 바다와 파도의 예술학교⟫ 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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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시민들의 작품은 해변에 전시되었고, 이후 거제 고현시장 인근의 유휴공간 3곳으로 옮겨져 더 많은 시민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면 관람료와 동일한 금액의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하고, 전시 기간 동안 도슨트와 전시장은 물론이고 고현시장을 함께 투어한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는데요. 이처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유휴공간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거제도 지역 문화예술의 확장 가능성과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의 성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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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미술제는 현대미술의 장벽을 낮추고자 모두에게 열린 자연 공간인 바다에서 개최되는 부산의 대표 미술축제입니다. 바다미술제의 작품은 우리가 아는 화이트큐브 전시장이 아닌, 비어있던 옛 교회 건물과 창고, 그리고 해수욕장에서 전시되는데요. 이 장소는 모두 오랜 기간 부산의 이야기를 담아온 공간이자 해안가 마을의 역사, 바다와 우리의 관계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작가들은 장소의 특징을 활용해 파도가 칠 때마다 공기층을 밀어내며 연주하는 대나무 피리 작품을 만들고, 흙과 해초로 집을 짓기도 하며 해양 생태계와의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연결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며 바다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다시 정의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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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바다미술제에 깜짝 등장한 만다라에 대해 알아볼까요? 티베트 불교를 믿는 승려들은 수행의 일환으로 화려한 색깔의 모래를 활용한 만다라를 만듭니다. 작은 모래 알갱이에 집중해 5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작업이 완료되면 미련 없이 만다라 문양을 흩뜨리거나 강이나 바다에 흘려보내죠. 이는 아름다움과 존재의 덧없음을 행위로서 표현하는 것이자 만다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승려들이 바란 축복의 메시지가 모래에 담겨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에도 만다라가 등장했습니다. 정은혜 작가와 이준 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된 <플라스틱 만다라: 생태계 순환을 위한 문양>입니다. 작품의 재료는 모래가 아닌 정은혜 작가가 설립한 생태예술 단체 ‘에코오롯’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5년간 제주 함덕 해변에서 수집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었습니다. 플라스틱을 수집하는 참여자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조각을 찾기 위해 해안가에 앉아 모래를 만지고 체로 치는 작업을 반복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해안가에 낮게 엎드린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마치 오염된 바다와 바다 생명들에게 보내는 기도와 의식처럼요. 이 경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작품의 일부가 되어가며, 환경 보호에 대한 의미를 되새깁니다. 그리고 작가는 수집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활용해 해양 오염에 대한 미안함과 기도를 담아 커다란 형태의 만다라를 만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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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는 플라스틱을 활용한 만다라를 통해 기도와 축복을 빈다는 점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플라스틱을 수집한 참여자는 물론이고 작품의 관람객도 그러한 모순과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불편함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으로 인해 죽어간 수많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생태계 복구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불편한 것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한 개인의 작은 실천이 단번에 큰 변화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모두가 함께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이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2년 만에 돌아온 2025바다미술제가 만아츠 만액츠에게도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바로 사회/환경 문제와 예술적 실천의 확산을 도모하는 art-werk의 창립자 베르나 피나(Bernard Vienat)와 Diagonal Thought의 창립자이자 수석 건축가인 김사라와 함께 김금화 큐레이터가 3인의 전시감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인데요. 베를린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김금화 큐레이터는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 ‘갯벌랩’의 일원으로, 2023년 만아츠 만액츠 공공예술 프로젝트 <?The Next!>를 함께하며 갯벌의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고 잠재적 가능성을 심도 있게 조명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 관계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만큼, 이번 바다미술제에서의 활동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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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후위기 탄소중립 with 비치코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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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코밍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비치코밍은 해변(beach)과 빗질(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으로 떠밀려온 바다 표류물과 쓰레기를 빗질하듯 수거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플로깅(plogging)이 주로 도시에서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운동이라면 비치코밍은 해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유리 등을 창작의 소재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비치코밍을 통해 어떤 공공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만아츠 만액츠의 <플레이풀 PLAYFUL> 프로젝트를 함께한 엄아롱 작가는 제주 해변을 걷다 선박의 잔해, 유리조각, 플라스틱 등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버려져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비치코밍을 하며 쓰레기를 하나씩 주워나갔습니다. 수많은 쓰레기들 중 ‘부표’로 사용되었던 플라스틱 조각은 다채로운 색깔의 작은 조약돌과 같은 모양을 띄고 있었는데요. 엄아롱 작가는 비치코밍을 하며 느꼈던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가 오염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플라스틱 조각들을 쌓아 올려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마치 소원을 들어주는 돌탑을 쌓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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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대마도에서 한국과 일본이 함께 비치코밍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대마도는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형적 특징을 지닌 섬으로, 대마도 해양 쓰레기의 60% 이상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2024년 3월, 해양 생태계 복구에 대한 책임을 느낀 한·일 시민 100여 명은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다시 깨끗한 바다 환경을 되찾기 위해 대마도에 모였습니다. 서로의 언어도 달랐고 대화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며 해변에 버려진 캔, 폐섬유, 플라스틱, 유리 등을 수집했죠. 그 과정에서 참여자들과 뜻을 함께한 또 다른 존재가 있었는데요. 바로 7명의 부산 지역 작가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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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시민들과 함께 쓰레기를 수집하며, 환경 오염의 심각성과 해양 생물이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 한·일 양국 시민들이 협동하여 비치코밍에 참여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은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오염된 해양 생태계를 인식하는 동시에, 쓰레기도 예술 작품의 재료가 되어 무언의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떠밀려 간 쓰레기가 대마도의 해양을 오염시키듯, 일본의 해양 쓰레기도 미국과 하와이 등 태평양 지역으로 떠내려가 다른 국가의 바다를 오염시키곤 하는데요. 우리는 이를 통해 모든 바다는 연결되어 있고, 더 이상 해양 오염은 한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공간을 함께 열어 나갈 수 있을까요?
해양 공동체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담론의 장으로 마련된 2023바다미술제 매니페스토의 질문 중 하나입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자원을 가져다주는 희망의 공간이자, 오염으로 인해 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있는 절망의 공간이기도 하죠. 이제는 우리가 오염된 해양 생태계를 인지하고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의 즉각적인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예술이 인간과 바다의 관계 형성을 위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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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추천_AAD TALK
토탈미술관이 거제도에서 진행한 ⟪Eco Art Festival: 모두의 셸터⟫ 김민선 큐레이터와 김현준, 이예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담은
AAD TALK를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는 거제도의 개발과 보호라는 두 맥락의 공존과 충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예술을 매개로 소통을 시도한 전시로,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생태 이슈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다각도로 보여주었는데요. 비록 전시는 종료되었지만,
AAD TALK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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