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질문, 수많은 대답🌟
AAD TALK 프로그램 «말하고 사라지는 일시적 발화»의 마지막 만남에서는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 ‘갯벌랩’의 김익명, 이선주 작가님과 함께했습니다.
자연과 갯벌 생태계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며 관찰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갯벌랩 활동을 통해 두 작가님께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해 왔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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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명, 이선주 작가님은
예술, 기술, 인문, 건축, 도시, 조경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갯벌을 연구하는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 ‘갯벌랩’의 일원입니다.
2023년,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그려보는
만아츠 만액츠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THE NEXT!>에 참여해
기계설치 및 오디오 비주얼맵 영상을 제작하며
갯벌의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고 잠재적 가능성을 심도 있게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2022-2023 <?The Next!> 갯벌랩 (링크)
갯벌랩 웹사이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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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했던 갯벌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알아보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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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익명
저는 라이덴 대학과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소리’는 청취자가 이를 측정하고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크의 위치, 듣는 귀의 위치, 그리고 청취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며 다원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리’를 단일한 고유 언어로 정의하지 않고, 인간의 이성적인 틀에서 소외되지 않는 소리를 포착하기 위해 ‘상황적 청취(Situated Listening)’*라는 개념을 토대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선주
저는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생태와 기술을 주제로 자연의 시스템과 연결되어 작동하는 기계와 알고리즘을 만들어왔습니다. 작업하면서 ‘내가 사용하는 환경 데이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데이터로 전환되었고, 그 데이터를 모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며, 수집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 데이터를 추적하는 과학자들과 협업하며, 철새의 이동 경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작업실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 일반적으로는 특정 맥락이나 상황에 기반하여 듣기를 이해하거나 실천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단순히 소리를 듣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리를 듣는 환경, 맥락, 문화적 배경, 그리고 이를 해석하는 개인의 위치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사운드 아트에서는 청취자가 특정 공간에 위치했을 때, 그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소리를 듣는 방식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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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랩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갯벌랩은 2023년 초에 결성되어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다학제 연구 콜렉티브입니다. 멤버로는 김금화, 김익명, 김정화, 마예니, 이선주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3년 만아츠 만액츠 공공예술 프로젝트< ?THE NEXT!>를 계기로 첫 활동을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한국 갯벌을 중심으로 현장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는 갯벌뿐만 아니라 다양한 습지 환경까지 확장해 생태, 도시, 조경 등의 자연생태적 관점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갯벌랩의 주요 목표는 습지가 가진 탄력성과 역동성을 중심에 두고, 연구와 창작의 방식을 새롭게 고민하며, 습지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업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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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연구 장소로 갯벌을 선정하게 되었나요?
갯벌은 땅과 물이 만나는 경계이자, 그 중간지대가 크고 넓게 형성되어 있는 환경입니다. 저희는 가장 먼저 그 혼종성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한 갯벌은 간척지로 활용된 역사가 있어, 지정학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특이한 환경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을 느꼈죠. 갯벌은 저희에게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하고, 무한한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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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만아츠 만액츠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때, 주요 활동으로 한 달간 갯벌 근처에 거주하며 갯벌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레지던시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대부도 & 시화호 작가 레지던시’를 진행했던 한 달은 저희가 갯벌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깊이 탐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매일 다른 시간대에 대부도와 시화호 근처를 오가며, 갯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즉흥적인 창작을 시도했죠. 갯벌에 직접 들어가 저희가 제작한 전자기기를 설치하기도 하고 갯벌을 걷는 기계를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변의 인공물과 자연이 어떻게 혼재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시화호가 인공 설치물로 인해 어떻게 발전해 왔고, 또 오염되어왔는지 탐구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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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랩에서 두 개의 워크숍을 통해 지역 주민,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과 갯벌에 대해 연구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들께서 진행하신 워크숍의 내용과 과정이 궁금해요!
김익명
‘어쿠스틱 테레토리(Acoustic Territories)’는 시화호 안의 대송 습지에서 진행한 워크숍입니다. 시화호는 완공 이후 산업 및 생활 폐수의 유입으로 심각한 오염 문제를 겪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조류의 차이를 이용하여 전기을 생성하는 조류 발전소를 설치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화호는 지난 20년 동안 인공적인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환경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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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을 진행한 대송 습지는 시화호 안에 위치해있고, 다양한 조류와 육지 동물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었습니다. 덕분에 시화호의 오염된 물과 달리 빠르게 정화되어 활력을 되찾고 있었죠. 저는 워크숍 참여자들과 함께 오염된 자연의 복원 과정을 추적하고 습지 내 다양한 생물의 생태 소리를 추적하고 탐험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오염과 생명, 인공성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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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갯벌 위의 기계(Machines on Wetlands)’는 환경 관찰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었습니다. 대부도에 거주하며 습지의 역사를 관찰하고 경험한 4명의 대부도 주민들과 함께 인공물과 자연이 혼재된 갯벌의 환경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고 제 창작 방식을 공유하는 과정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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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스로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들 수 있는 작은 DIY 기계를 통해 환경을 관찰하는 활동도 개인적인 예술 실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워크숍에서는 참여자들과 함께 기계를 만들고, 이를 갯벌에 설치한 뒤 갯벌의 풍경에 대한 경험과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인공물과 자연이 혼재된 갯벌의 독특한 환경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계가 물에 취약하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관찰 지점을 제공했습니다. 갯벌 위에 올려둔 기계가 빠지거나 고장나는 등 서로의 특성이 충돌하는 순간을 목격하기도 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어우러지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죠. 갯벌에 어떤 기계가 있었으면 좋을지에 대한 주민들의 소망도 들을 수 있어 재미있었던 워크숍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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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의 아닌 작가님들의 입장에서 갯벌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것을 작업으로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로컬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로컬의 범위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고민으로 남아있기도 한데요. 최근에 읽은 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책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팀 잉골드는 ‘장소는 망처럼 연결된 것이고 개인이 장소를 지날 때마다 매듭이 지어진다.’고 말합니다. 집처럼 특정 장소에 머무는 사람들, 혹은 어떤 장소를 거쳐가는 사람들이 만든 매듭이 모여 장소가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내용을 읽고 저희도 하나의 개체로서 교류하며, 저희의 작업이 매듭이 되어 장소라는 그물망에 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겠지만, 그 과정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작업에 계속해서 녹여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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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진행해 온 우리나라 갯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이나 나라의 갯벌에서 연구를 진행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저희는 물과 땅의 혼종이 보이는 곳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관계성에 매력을 느껴 갯벌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갯벌에서 첫 연구를 시작하긴 했지만, 그러한 관계성이 존재하는 다른 나라나 지역의 갯벌에서도 충분히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갯벌은 오랜 시간 관찰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에 한 번 연구하기로 정한 갯벌을 떠나 다른 갯벌이나 습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도 있죠. 또한, 갯벌랩 활동을 하면서 ‘관계 맺기’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다른 갯벌로 이동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익명
갯벌랩 워크숍을 통해 ‘현장에서 지역 주민과 참여자에게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추구하는 워크숍의 윤곽도 뚜렷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Almere라는 인공섬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지역 주민들과 인공섬을 탐험하며 소리를 청취하고, 귀로 듣기 힘든 소리를 녹음기와 센서를 활용해 수집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대부도의 지역 주민들과 진행했던 선주 작가의 ‘갯벌 위의 기계’ 워크숍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많았죠. 빠른 시일 내에 수집한 다양한 로컬의 소리를 바탕으로 오디오북을 제작하여 디지털 출판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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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갯벌랩 활동 이후에는 야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연에 방문해 생태를 직접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네덜란드 바덴 해 갯벌(Wadden Sea)에서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 활동을 진행했죠. 도요새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위치 추적 시스템을 활용하고, 바다 위에 떠있는 배에서 일주일씩 지내며 갯지렁이, 조개 등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과 함께 지내고 그들의 연구 방식을 지켜보며 어떤 방식으로 자연을 연구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환경 보호 정책을 만들거나 자연 보호에 대한 이유를 설득 가능한 수치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그 탐구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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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감각적으로 경험한 자연도 수치화하면 매우 간단명료하게 표현되죠. 그 과정에서 과학이 이해하는 자연과 피부에 닿는 자연이 다르고 인간이 수집한 데이터는 자연의 복잡성을 모두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저희에게 갯벌은 결론과 해답이 아니라 시작점과 질문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갯벌에 숨겨진 질문에 대한 수많은 대답을 마주하다 보니 하고자 하는 것도 계속해서 생기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자연과 인간이 맺는 다양한 관계, 특히 협동을 넘어서는 더욱 복잡한 오염과 혼합의 과정들을 탐구하며, 그 의미를 작업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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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AAD TALK_갯벌랩
김익명, 이선주 작가님과 함께 한 «말하고 사라지는 일시적 발화»의 현장을 담은 AAD TALK 영상이 2025년 1월 중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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