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형성하는 로컬리티의 힘
예술은 때로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며 우리의 감각을 일깨웁니다. 예술이 ‘로컬리티(Locality)’와 만날 때 지역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을 넘어서 장소의 기억과 공동체의 감각을 담아내는 새로운 예술 실천 방식으로 확장됩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지역과 어떻게 연결되고 그 안에서 어떤 관계를
다시 구성할 수 있을까요?
이번 만아츠 만액츠 뉴스레터에서는 여름 바캉스 시즌을 맞아 2025년 국내 예술 축제 중 하나인 ⟪속초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예술이 지역성과 만나 형성하는 공동의 감각을 살펴봅니다.
만아츠 만액츠 에디터가 직접 속초를 방문하여 예술과 도시가 맞닿는 순간들을
체감하고 돌아왔습니다😄 로컬의 자원과 정체성,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어떻게 예술과 접속하며
새로운 공동체적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소개합니다.
지역 예술축제가 어떻게 로컬리티를 확장하고 창의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함께 따라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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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아트페어⟫(2025)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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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아트페어≫는 로컬 기반 미술 생태계를 실험하는 실천적 프로젝트입니다.
속초 칠성조선소 일대를 중심으로, 예술가·컬렉터·지역민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예술을
매개로 관계를 확장해왔습니다.
이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는 곳’으로 지역 이슈를 공유하고, 로컬의 취향을 함께 발견하는 자리였습니다.
아티스트 토크와 개막 퍼포먼스, 체험 프로그램과 네트워킹 파티까지
다채로웠던 속초아트페어를 들여다보시죠!
속초아트페어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2017년 서울 연희동에서 작고 유쾌한 미술시장 실험으로 시작하여 올해로 9년 차를 맞은
속초아트페어는 순천, 부여를 거쳐 속초로 이어지며 주목받는
지역 예술축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술 생태계를 확장하는 시도로 지역의 예술가와 이웃의 컬렉터,
그리고 일상 속 관람자까지 자연스럽고 열린 만남의 장을 만들어왔습니다.
2025 bac. 속초아트페어는 해안과 산이 맞닿은 자연 지형과, 관광과 일상이 교차하는 도시 구조를 지닌 속초의 다층적 특성을 반영하여 〈우리는 C가 된다. (becoming a C.)〉를 슬로건으로 합니다. ‘C’는 열린 형태의 ‘O’를 본뜬 문자로 경계를 짓지 않고 유연하게 확장되는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같음과 다름을 포용하는 연대의 형태이자 참여 그 자체로 완성되는
예술적 움직임을 뜻하죠.
예술가와 관람자, 로컬과 외부, 창작과 경험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2025 속초아트페어. 예술이 삶 속으로 스며들었던 한여름 밤의 꿈같은 순간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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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명: 2025 bac. 속초아트페어 기간: 온라인 5.26.–6.14. (20일간) / 오프라인 6.5.–6.9. (5일간) 장소: 칠성조선소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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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작가 고은정, 권민경, 권소영, 권오상, 김건주, 김기훈, 김성미, 김소연, 김수진, 김윤, 김지수, 들로화, 문혜주, 민경호, 박민규, 박민숙, 박연후, 박영환, 박재현, 박현준, 배철, 백도현, 백신, 백재중, 복진아, 불나방, 서인혜, 손미정, 손준렬, 송신규, 송인영, 승영, 신승연, 안민주, 안지용, 양재혁, 양지인, 양혜정, 어고스튜디오, 엄소, 연소영, 윤지영, 이봉욱, 이소은, 이수빈, 이수진, 이예지, 이주영, 이지은, 이혜선, 이혜주, 임서윤, 임정은, 임진성, 임하경, 임호경, 장성우, 장한나, 잭지방, 전누리, 전우현, 정보아, 정진경, 정해강, 지수김, 지현아, 진유리, 차지량, 청람, 최규연, 최도영, 최정화, 최하나, 키와림, 핀앤핏, 한석경, 홍연재, makers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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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bac. 속초아트페어 전경 (ⓒ A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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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에서 축제로
- 토크부터 퍼포먼스, 체험형 워크숍까지 알찬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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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토크 노마드, 해양 쓰레기, 공예와 지역 예술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속초아트페어⟫에서는 관람객에게 빨간 스티커를 나눠줍니다. 통상적으로 아트페어에서
작품 옆에 붙는 빨간 점은 ‘작품이 판매되었다’는 뜻이지만 속초아트페어의 ‘작품에 점찍기’는 그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이는 관람객이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참여형 투표로 가장 많은 점을 받은 작가에게는 이듬해 특별 전시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작은 스티커는 예비 컬렉터로서 작품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새로운 감상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죠.
에단 양(Ethan Yang) 작가는 2024년에 ‘작품에 점찍기’에서 최다 득점을 기록한 작가입니다. 그는 ‘My Beautiful Life’를 주제로 속초에 머물며 이주와 정착 사이의 감각을 디지털 매체로 기록했습니다. 여행자이자 예술가인 에단 양은 세계 곳곳의 도시와 지역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단면들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이혜선과 장한나 작가는 ‘바다와 예술’을 주제로 바다에서 떠밀려온 폐기물을 기억의 오브제로 전환한 작업기를 선보였습니다. 이혜선은 해양 쓰레기로 공예품을 만들고, 장한나는 자연 속에서 돌처럼 변형된 플라스틱을 ‘뉴락(New Rock)’으로 표현하여 ‘바다’와 ‘폐기물’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예술 언어를 풀어냈습니다.
123사비 공예마을 고우리 단장은 ‘지역의 손길로 만드는 공예의 가치’를 주제로 인구 소멸
지역인 부여와 속초를 연결하며 공예인들이 모여 만든 규암 공예마을의 사례를 통해 예술과 공예가 지역을 잇는 방식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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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bac. 속초아트페어 아티스트 토크 현장 (ⓒ A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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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경계 없는 실험의 장, 《Performance Ripper》 《속초아트페어》의 또 다른 장면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퍼포먼스 프로그램 《Performance Ripper》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을 매개로 전통과 현재, 서울과 지역을 연결해온 아티스트 콜렉티브 ‘잭지방’의 기획으로, 각기 다른 배경의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졌습니다.
전통 농악의 리듬에 베를린 사운드를 더한 양해인의 <배 위에서>, <페기굿>부터 이에 기생하는 송유나의 <기생조각>, 혼례문화 속 ‘함진아비’를 재해석한 이봉욱의 <함사세요>, 힙합으로 펼치는 제도 비판적 목소리인 안광휘의 <Of Spoken Art>와 그 사이 마법처럼 펼쳐진 김찬우의 <계단>, 박가인 탈 퍼포먼스 <예술과 노동>까지!
잭지방의 《Performance Ripper》는 전통과 현재를 유쾌하게 재구성한 다매체 축원의 퍼포먼스였습니다. 이들은 전통과 지역, 젠더와 노동, 도시와 존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무대 위로 끌어내며 관객에게 물리적·감각적·정서적 경계를 넘는 예술의 순간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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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bac. 속초아트페어 잭지방, 《Performance Ripper》 현장 (ⓒ A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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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아우르는 특별한 네트워킹! 속초하면 동해바다, 설악산, 해산물 부여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농산물, 역사 유적이 떠오르는데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도시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025 bac. 속초아트페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로컬 콜라보, 〈부여의 밤〉입니다.
지역의 맛과 예술,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색다른 교류의 장이었는데요. ‘모두의 테이블’에는
부여의 특산물인 은산국수, 토마토, 버섯으로 만든 요리들이 정갈하게 차려졌습니다.
이 음식들은 123사비 공예마을의 지원으로 제작된 연꽃 모양의 그릇, 작가가 만든 술잔과
함께 아름다운 한 상을 이뤘습니다. 동시에 스튜디오 오켄스(OKENS)는 속초를 테마로 한
특별 DJ 세션을 선보였습니다. 동해의 파도, 설악의 산세, 여름밤의 정취가 음악으로 녹아들며 현장은 감각적인 사운드와 분위기로 채워졌습니다.
〈부여의 밤〉은 단순한 파티를 넘어 지역 간 예술 교류와 로컬리티의 새로운 연결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속초와 부여는 서로 다른 지역이지만 지역성과 공동체 기반의 예술 실천을 통해 도시 재생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각자의 지역에서 피어난 감각들은 한여름 밤,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만들어내며 로컬 예술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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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bac. 속초아트페어 〈부여의 밤〉 현장 (ⓒ A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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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에서 감각으로: 장소와 시간을 전환하는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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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속초아트페어에서 주목한 작업 중 하나는 버려진 것들로 장소의 시간을 감각하는 예술가의 시선입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장한나 작가의 〈뉴락 프로젝트〉입니다.
작가는 바다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조각이 바람, 파도, 햇빛, 곤충에 의해 풍화되며 돌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해 왔습니다. 그렇게 자연의 일부가 된 플라스틱을 ‘뉴락(New Rock)’
이라 명명하고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왔습니다.
작가는 2017년 제주 바다를 시작으로 인천, 양양, 고성, 울진, 포항, 신안, 고창, 서울 등지를 돌며 현재까지 3,000개 이상의 뉴락을 수집했습니다. 식물은 플라스틱 ‘뉴락’ 위에 뿌리를
내리고, 그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부서져 결국 흙의 일부가 됩니다. 작가가 발견한 ‘뉴락’은 이렇게 새로운 땅, ‘뉴랜드’를 이루고 이는 곧 변화된 자연, ‘뉴네이처’로 확장되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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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연, 신대지미술’ 그리고 뉴네이처로의 전환 2024년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선보인 작품 〈신자연, 신대지미술〉은 이러한 관찰의 연장선 위에 조성된 설치 작업입니다. 인간과 자연, 인공과 유기물 사이의 경계를 조형적으로 질문하며 변화하는 환경 개념에 대한 감각을 제안합니다.
장한나의 작업은 플라스틱이라는 인공물조차 생태계 일부가 되어가는 현실을 통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버려진 것은 정말 ‘쓸모없음’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그의 예술은 단순히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인간, 폐기물과 예술, 자연과
인공 사이의 공진화(co-evolution)를 감각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버려진 플라스틱의 잔해는 새로운 돌이 되었고 돌은 대지가 되어가며 새로운 자연, ‘뉴네이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장한나 작가가 바다와 도시를 돌며 채집한 플라스틱, 그 위에 자라나는 식물, 그리고 그것을 재해석해 보여주는 설치 작업은 ‘공공의 장소’와 ‘지역의 감각’을 예술을 통해 새로이 볼 수 있게 합니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예술로 표현한다'는 차원을 넘어 버려진 것들 속에서 장소의 기억을 발견하고, 공공의 질문을 예술로 풀어내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만아츠 만액츠의 활동 방향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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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뉴 락_스펀지락>, 2020 (ⓒ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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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신자연, 뿌리내린 뉴 락>, 2023 (ⓒ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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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자연-신자연>, 2024 (ⓒ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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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속초아트페어는 단순한 아트페어에 그치지 않고 지역을 무대로 토크, 퍼포먼스와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쳤습니다. 관람객은 예상치 못한 예술의 순간을 만났고 연날리기, 궁남지 연꽃 키링 만들기와 같은 공예활동 등 일상과 맞닿아 있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예술가를 연결하기도 하였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지역과 자연을,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속초아트페어≫는 예술이 단지
‘보는 것’을 넘어 ‘함께 만드는 것’임을 경험하게 하는 매개이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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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의 코멘트
푸른 호수가 바로 옆에 펼쳐진 2025 bac. 속초아트페어! 미술과 음악, 부여의 음식, 그리고 건장하고 귀여운 강아지들까지🐕 모든 순간을 오감으로 즐기고 작품도 한 점 소장했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아트 트립이었어요! 내년의 속초가 벌써 기대되는데요. 모두 ‘becoming a C(ollector)’가 되는 건 어떠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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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추천_AAD TALK PREVIEW
⟪속초아트페어⟫ 현장의 열기를 생생하게 담은 AAD TALK를 소개합니다!
아티스트의 솔직한 작업기부터 예측 불가능한 퍼포먼스 현장까지 예술과 로컬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순간들을 AAD와 함께 따라가 볼까요?🗯️ 7월,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니 놓치지 마세요!🤙
👉 AAD 유튜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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