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와 재조합: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
AAD TALK 프로그램 «말하고 사라지는 일시적 발화»의 네 번째 만남에서는
사물의 본질에 대한 편견과
언어가 가진 차별적인 위계를 해체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조재영 작가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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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공예술 작품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공공예술은 일상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문화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대중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소통의 창구로 기능하기도 하죠.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예술 조각 작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벗어나 일상적인 공간에 배치됨으로써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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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ter-totter wall - Ronald Rael
(이미지 출처=Rael San Fratello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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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참여적 공공예술 작품은
우리 삶 속의 다양한 이슈와 관련된 고정관념을 탈피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집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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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cm Line Tattooed on 4 People
(이미지 출처 =Tate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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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공예술은 단순히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10월 뉴스레터에서는 조재영 작가님의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작업 방식과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공공예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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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인식 방식을 해체’하는 작가님의 작업 방식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요!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시기의 저는 본질 중심적인 사고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하나의 대상에 변하지 않는 본질이 주어진다고 생각했죠. 작업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진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인식하는 방식이 곧 자신의 현실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변하지 않는 본질을 가진 ‘무엇’을 인식하느냐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를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서 제가 생각해왔던 본질 중심의 인식 방식을 들여다보고, 해체하는 시도를 작업에 반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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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법으로 기존 인식 방식의 해체를 시도하셨나요?
저에게 가장 깊이 자리 잡은 인식 방식은 본질과 언어 중심의 인식 방식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언어는 우리가 대상을 인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죠. 사람들은 하나의 대상을 독립적인 개체로 인지하기 위해 이름을 붙임으로써, 언어를 통해 사물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물을 언어로 규정하는 순간, 독립적이고 고유한 특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는 동시에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인 관점이 담기는 한계가 발생하죠. 저는 그 개별성을 해체하는 시도로, 입체의 사물을 평면으로 펼치고 확대하거나, 분해한 사물의 부속품으로 만든 도면을 자르고 붙이며 우리가 알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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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중심적인 인식 방식의 해체를 시도했던 초창기의 작업을 소개해 주세요!
사물의 커버를 만들었던 작업, <Covers>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커버(cover)는 원본의 표면을 가리는 껍데기일 뿐만 아니라, 원본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이러한 성질을 활용해 사물 표면의 길이, 높이, 각도를 측정하여 도면을 그리고, 그 도면을 바탕으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커버를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커버는 서로 연결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결과적으로는 원본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추상적인 모습을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커버를 그저 껍데기가 아닌 가변하는 조각으로 인식하며, 원본의 절대적인 위치를 해체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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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망가지는 종이를 활용해 <Covers>를 제작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주재료로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종이는 돌, 금속, 나무 등 기존의 조각 작업에서 다뤄왔던 재료보다 외부 환경에 취약하면서도 유연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종이의 특성을 활용해 절대적이거나 독립적인 조각이 아닌, 외부 조건에 반응하며 변화하는 조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충돌이나 습도 등 외부 환경에 의해 망가진 부분이 발생하면 도려내고 그 위에 새로운 구조의 커버를 덧붙여 연결했죠. 이렇게 시간의 차이를 두고 다른 색으로 제작된 여러 구조는 하나의 큰 조각을 구성하게 되는데요. 제작한 시기에 따라 다른 색으로 표현된 작품이 조각의 영구성과 원본의 위계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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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활용한 작업도 기억에 남는데요. 사물에서 공간으로 관심의 영역이 확장된 계기가 있나요?
사물의 커버를 활용한 작업을 통해 원본의 위계성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조각이 미술관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을 때도 같은 의미를 가질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시 제가 머물던 숙소의 쓰레기장에 조각을 놓아두기도 하고, 일상의 장소에 이미 주어진 창틀의 각도나 층고, 가구의 위치에 따라 사물을 놓아보기도 하며 공간과 사물 사이의 정해진 관계성을 해체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공간이 사물을 규정하기도 하고, 사물이 공간을 규정하기도 하니까요.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물의 배치나 사람의 이동 동선이 주어진 공간의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공간의 특성에 따른 위계와 통제를 해체하는 실험으로 관심이 확장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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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가진 위계의 해체를 실험한 대표작을 소개해 주세요!
사물의 커버를 제작한 것처럼 제가 실제로 머물렀던 공간의 가구, 기둥 등 내부 구조물 일부의 커버를 만들고 연결하여 제작한 <Alice’s Room>이 있습니다. 구조물의 커버를 ‘유닛(unit)’으로 칭하고, 여러 개의 유닛을 조합해 기존에는 없던 공간을 창조한 작품이죠. <Covers>와 마찬가지로 <Alice’s Room>의 구조물 또한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번 달라지는 전시 공간에 맞춰 해체하고 재조합할 수 있었습니다. 길게는 수년의 시간 동안 내부 구조가 확장되거나 축소되었죠. 이러한 과정을 거친 구조물은 건축의 일부나 가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떠한 기능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 어떠한 것도 아닌 것이죠. 이렇게 정확하게 명명되지 않는, 불확실하고 모호한 경계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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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대면하는 시간, <Future Nom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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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아츠 만액츠와 함께 한 <Future Nomad>는 어떤 작업이었나요?
<Future Nomad>는 28일의 주기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는 달의 움직임을 원형의 아크릴 거울을 활용해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거울은 바람이나 관객의 손길에 따라 움직이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당현천의 풍경과 다양한 생명체를 비추는데요. 이를 통해 거울 안에 담긴 ‘나’와 자연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임을 자각하고, ‘나와 너’,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대신 관계적 사고를 통한 이해를 시도했던 작업입니다. 또한, 작품을 배경으로 워크숍 <밤의 낭독회>를 진행하며 평소 인식하지 못했던 무의식 차원에서의 ‘나’ 혹은 ‘우리’와 대면해 보는 시간을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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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밤의 낭독회>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밤의 낭독회>는 인류학, 신화와 연관된 사전 세미나와 ‘나’에 대한 무의식 차원의 글쓰기로 구성되었습니다. 사전 세미나의 주제였던 신화에는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고, 풀리지 않는 논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을 상징적인 기호 체계로 보고, 해석하듯 풀다 보면 인류가 오래 전부터 후대에 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세미나 이후에는 자신만의 가면과 장신구를 만들어 착용하고 당현천 주변을 행진하고, 달과 무의식의 공간을 표현한 작품 안에 들어가 각자가 쓴 이야기를 낭독했는데요. 즉흥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낭독하는 과정을 통해 의식 차원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무의식적인 자신을 사유하고 온전한 ‘나’를 체험할 수 있는 예술적 의식 활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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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작업해오셨던 실내 전시 작품과 야외 설치 작품인 <Future Nomad>는 어떤 다른 점이 있었나요?
<Future Nomad>는 당현천이라는 공간이 가진 서사에서 작품이 시작된다는 점, 관람객들의 일상 속에 더 적극적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어요.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하는 실내 전시 작품과 달리 야외 설치 작품이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 안으로 들어가 감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작품을 배경으로 한 워크숍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죠. 작품을 제작 과정에서 ‘관람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작품 속에 녹여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러한 생각의 과정도 실내 전시와는 다른 묘미라고 느껴져, 재미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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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되돌아보니, 본질 혹은 주체 중심의 인식 방식을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제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내가 관계 맺는 사물, 살아가는 공간 그리고 이들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매개체로서의 신체를 주제로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인간 스스로 자신을 유일한 주체로 세우고, 생명의 관계망 중심에 위치시키는 것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주나 자연도 하나의 신체로 보였고, 인간의 신체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죠. 이러한 관점을 다음 작업의 전환점으로 삼고, 스스로에게 낯선 질문 던지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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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AAD TALK_조재영
지난 8월, 조재영 작가님과 함께 한
«말하고 사라지는 일시적 발화»의 현장을 담은
AAD TALK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주체, 언어 중심의 인식 방식을 해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인간이 다른 생명과 공존해 온 삶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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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말하고 사라지는 일시적 발화»_김선동X양은영X최경아
«말하고 사라지는 일시적 발화»에서 만나게 될 다음 작가님은 김선동X양은영X최경아 작가님입니다. 옥수, 이문, 금천 지역에서 진행한 만아츠 만액츠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한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에서 느낀 점과 의미, 질문에 대해 이야기해요.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일시 : 2024년 10월 28일(월) 오후 3시-6시 장소 : 토탈미술관(서울 종로구 평창32길 8) 진행 : 오프라인(사전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 내용 : 만아츠 만액츠와 함께 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 진행 경험이 각자의 개인 작업과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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